본거/책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고창달맞이꽃 2019. 9. 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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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한국은 세계 1위의 독주 소비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러시아인보다 2배, 미국인보다 4배의 독주를 마신다는 외신의 가십 보도도 있었다. 소주병을 늘어놓고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는 자료 화면과 함께 많은 세계인에게 한국의 독주의 나라로 각인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주정 판매가 중복으로 계산되서 소주 소비량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주정과 희석식 소주를 제조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주류 산업 구조가 통계 작성시 고려되지 않았다.
-에필로그 中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이 책은 재미와 상식 그리고 의외로 구체적인 술의 지식으로 꽉 들어차있다.

프롤로그 <아주 오래된 술 이야기로부터>는 술의 인류학적 시초를 추적해가데, 술에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나무열매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술을 시작으로, 침팬지와 코끼리 등 동물들의 음주생활 사례들까지 들고 있는데 그중 재미있던 부분 하나를 소개해본다.

 

나무 열매가 저절로 발효되어 술, 즉 '술 열매'가 되는 일은 자연에 드물지 않다. 술 열매를 먹고 하늘을 날던 새떼가 떨어져 죽는 사건도 가끔 발생한다. 최근에야 부검을 통해 새떼의 죽음의 원인이 확인되었다. 죽은 새의 간에서 과량의 알콜이 발견되었다. 새들의 먹이인 산딸기 같은 베리 종류의 열매가 저절로 발효되어 알콜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롤로그 中

 

 자연 발효된 술로 시작해 농경을 거쳐 제배한 곡물로 술을 직접 빚게되어가는 인류의 술역사를 석기시대, 중세시대 등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재미난 일화들과 저자의 농축된 지식들로 풀어나간다.

 

이 후에는 와인, 맥주, 동양의 술, 독주의 순서로 발생된 배경과 주조법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특히나 주조법에선 꽤 섬세하게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다뤄져서 역으로 어떻게 마셔야 제대로 술맛을 알 수 있겠다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된다.

 

포도당 100그램으로부터 알콜 51.1그램을 얻을 수 있다. 당도가 20퍼센트인 과일즙을 발효시키면 알콜이 약 10퍼센트인 과실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술은 알콜 무게가 아닌 부피기준으로 계산해 표기한다. 부피 퍼센트 혹은 퍼센트 ABV로 나타낸다. 알콜은 물보다 가볍고 밀도는 0.79이다. 따라서 10퍼센트를 0.79으로 나눈 12.7퍼센트가 알콜의 부피 퍼센트이다. 이론적으로 당도가 20퍼센트인 포도를 발효시키면 알콜농도가 약 12.7퍼센트인 와인을 얻는다. 실제로는 효모가 소비하거나, 손실되는 당분도 있어서 약 2퍼센트가 더 필요하다.
-1강 혀끝을 은은하게 하는 와인의 과학 中

 

이렇게 당분으로 알콜함량을 계산하는 상식부터 효모에 의해 발효되는 과정들도 여러가지 화학적인 작용들을 설명하고어떤 요소들에 의해 술의 향이 결정되는지 술덕들이라면 반가워할 지식들이 가득가득하다.

 

이번 여름동안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을 몸소 경험해보며 나의 술에 대한 생각과 지식이 부쩍 성장했음을 느낀다.

국민학교 시절 여름방학동안 탐구생활로 열심히 채집도 하고 현장체험도 다니며 공부했던 때의 기억이 든다.

음식도 알고먹으면 그냥 먹을때보다 훨씬 다양한 맛을 찾아내며 맛있게 먹을 수 있게된다.

술도 먹는 음식이니 마찬가지이다.

어떤 원료를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경정보를 알고 마시는 술에선 이전에 찾을 수 없었던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술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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