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2012.12.31 왓챠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자주연상, 최우수 남자주연상, 최우수 작품상을 휩쓴 영화 '신문기자'
이 상 중 여우주연상이 바로 심은경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워낙 입소문으로 심은경 연기에 대한 평이 좋아서 관심 두었던 작품인데 직접 영화를 보면서 심은경이 연기해가는 요시오카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부, 열심히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요시오카(심은경)의 모습 위로 제목이 떠오르며 화면이 반시계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며 뭔가 불안한 암시를 준다.
이어지는 총리직속 내각정보실.
촘촘히 자리에 앉은 직원들이 쉴새없이 자판을 두드려댄다.
이곳은 바로 온라인 댓글작업실.
이미 몇해전 우리나라에선 그 실체가 밝혀졌지만 일본도 똑같은 모습을 보니 정치의 어두운 면은 모두 똑같구나 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내각정보실 관료인 스기하라도 상사의 지시로 이런 댓글작업을 해왔는데 무고한 정치인과 심지어 일반 시민들까지도 그 작업대상으로 삼는 것을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상사의 모습에서 큰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요시오카와 스기하라가 내각정보실의 공작을 밝혀가는 내용인데 어느 개인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과 함께 그 무력함을 담아내며 이율배반의 현실을 그려낸다.
요시오카, 스기하라 둘은 각자 그리고 나중에 함께 커다란 공작을 파헤치고자하지만 그 과정에 맞닥들이는 벽들은 너무 높아 헤쳐나가기 힘들어 보인다.
스기하라 아내의 출산소식을 알리없는 내각정보실 상사 타다 실장이 갑자기 건내는 출산축하선물...
비리를 파헤친 기사의 댓가로 죽음에 이르렀던 아버지를 상기시키며 요시오카를 협박하는 타다 실장.
일거수일투족 모든것을 사찰하고 있는 정부조직을 맞아 이 둘은 어떻게 이 벽들을 헤쳐나가게 될까.
내부고발자로 지목된 스기하라를 향한 타다 실장의 말,
'스기라하, 결심을 번복하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언론이 하는 말이라면 추호의 의심도 없이 진실인양 받아들인다면 결국엔 국가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라는 껍데기를 두른 독재에 눌려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게 바로 현재의 일본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대사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원작이 아베정권의 사학 스캔들을 폭로한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의 저서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이 집회를 여는 모습이 나오지만 내각정보실은 이런 시민들조차 예비 범죄자로 몰아세우며 체증한 사진을 토대로 그들에 대한 공작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바람앞에 꺼질듯한 촛불도 모이면 그 어떤 높은 벽도 불태워 녹여버릴 수 있다는 진실의 힘이 됨을 알고 있다.
영화의 결과와는 별개로 이러한 깨달음을 다시금 일깨워준 좋은 기회였다.
아울러 심은경의 연기력은 정말 너무너무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