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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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미뤄온 한가지 바람을 이루었다.
이 영화의 OST인 'She'는 좋아하는 영화음악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즐겨듣는 음악인데 정작 영화는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1999년 개봉이니 25년 만에야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OST만 좋아했지 영화내용은 거의 모르는 상태였는데 초반에 유명한 헐리웃 여배우인 애나가 평범한 남성 윌리엄에게 호감을 느끼게되는 부분이 좀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실제 영화 속 애나/윌리엄 두주인공도 '비현실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자신을 유명인으로써가 아니라 담담하고 편하게 대해준 것에 대해 의외의 호기심에 가까운 호감이 생겨난게 그 '비현실적' 시발점이 아닐까.
두번째 만남에서는 윌리엄의 그런 담담하면서도 순수한 면에 좀더 호감이 생긴거 같다.
우연스럽게 세번째 만남에서는 윌리엄 여동생의 생일파티에 함께 하게되는데 여기서 애나는 윌리엄과 그 가족, 친구들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유명한 배우로써의 실생활은 아마도 연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목이 집중되니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런 답답한 생활 속에서 가끔 몰래 홀로 나들이 다니는 일탈행동이 그나마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이었터.
그렇게 잊고 지내야했던 자유로운 삶을 눈앞에서, 아니 같은 공간안에서 함께했으니 그 기쁨이 어느정도였을까..
그 뒤로 둘의 달달한 로맨스 장면들도 참 좋았는데 유독 극장에서 수경을 쓰고 관람하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역시 영화는 혼자 조용히 봐야 이런 소소한 장면에서 맘껏 웃을 수 있어 좋다.
남여주인고 뿐 아니라 조연들의 이야기에도 소소한 감동이 있다.
어릴적부터 단짝 친구였던 벨라와 그의 남편 맥스.
하반신을 쓸 수 없어 휠체어 신세인 벨라를 향한 맥스의 따스한 보살핌과 사랑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장소로 빠르게 이동해야하는 상황 모두들 차에 구겨타 만원이 된 상황. 벨라만 남겨진 상황에서 남편 맥스는 벨라를 안아 들고 차에 탑승한다.
윌리엄의 룸메이트 스파이크가 트렁크칸으로 옮겨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엉뚱하고 덜떨어진듯한 모습의 룸메이트 스파이크는 또한번의 감동을 선사하는데, 모두 차에 올라 빠르게 이동하던 중에 도로가 너무 막히자 스파이크가 트렁크 문을 열고 뛰쳐나가더니 몸으로 차들을 막아서며 그들을 먼저 보내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를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할 수도 있는 행동을 서슴치않는 그 기민하고도 순수한 마음이 너무 부럽고 나도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한때 젊었을때? 나의 열정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끝으로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 대사를 남겨본다.
"사랑이 마약이라면 지금 금단 현상을 겪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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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냥, 한 소년 앞에 서서 사랑을 구하는 소녀일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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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