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늙어가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아 그냥, 그래 그냥 살지 그냥 서로를 사는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 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2008.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