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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으로 변질된 정부의 시위 진압을 규탄한다
헌법과 법률은 안중에도 없는 무법(無法) 경찰에 의한 국가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새벽부터 비폭력ㆍ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에게 일주일이 넘게 가해져온 폭력은 날로 광포(狂暴)해져 근거리에서 직사된 살수차의 물대포를 정통으로 맞은 36세의 시민이 실명 위기에 놓이고 21세의 서울대 음대 학생이 전투경찰의 군홧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가 하면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KBS 기자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구타당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들에게 가해진, 1980년 광주를 방불케하는 무자비한 폭력은 기자들에 의해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사진, 그리고 피해자의 증언으로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실임이 밝혀졌다. 우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생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공권력이 철저히 평화적으로 행하여지는 시위를 위헌소지가 다분한 현행 집시법을 근거로 ‘불법’이라 규정하고, 이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적법한 사용범위를 넘어 명백한 국가폭력으로 치닫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코앞의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하고 소화기 가루를 얼굴에 뿌리는가 하면 방패로 머리며 등허리를 찍어 위중한 상해를 입히고 진압봉과 발길질로 시민을 구타하고 있는 현 정부는 지금까지 수집된 수백 건의 폭력 사용에 대해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들 행위가 오히려 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임은 명명백백하다. 국가에 무력이 부여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그러한 무력을 사용할 때에는 항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함은 법률가가 아니라도 다 아는 상식이다. 이 상식은 ‘상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현재 경찰이 시민에게 휘두르고 있는 진압봉과 방패에 대해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은 “경찰관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ㆍ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0조의2 제1항), 대통령령인 ‘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이하 ‘경찰장비규정’)은 경찰관이 경찰봉을 사용할 때에는 “인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최소화하도록 주의”하여야 하고(제7조) 불법집회ㆍ시위시에 사용할 때에도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할 것을 규정(제6조)하고 있다. 경찰의 거듭된 폭력 사용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비폭력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방패와 진압봉을 멋대로 휘두르는 최근의 행태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를 일탈한 것이고 ‘최소한의 범위’ 또한 넘어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지금 ‘방어’ 목적을 넘어 시민들을 찍어 누르는 데에 사용되고 있는, 아스팔트에 날카롭게 갈린 방패는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경직법 제10조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시민들을 진압하는 행위는 “가장자리로 상대의 머리 등 중요부위를 찍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한 경찰장비관리규칙 제82조 제5항 제1호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채 2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직사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듯이 발사하고 있는 ‘물대포’ 역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경찰장비규정 제13조 제1항은 살수차를 “부득이한 경우”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 역시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하여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된다”(동 규칙 제82조 제5항 제7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물대포운용지침’이라는 경찰청장 지침이 물포를 직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세계일보> 2008년 6월 3일자)하고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경찰이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지침이 외부에도 공식 공개된 훈령에 우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상을 검토할 때, 근일에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일체의 폭력행위는 평화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언필칭 '불법' 집회를 해산하기 위한 명목이라고는 하나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다. 설령 일련의 폭력행위들이 시위의 강경 진압을 명하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판결(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2358 판결)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라는 등과 같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ㆍ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시위 진압 폭력행위는 명령에 의한 것이라도 위법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라는 금언을 신조로 여기며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법학을 공부하는 양심있는 지성인으로서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정부는 시민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체의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
둘째, 정부는 5월 25일 이래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가해진 모든 국가폭력에 대해 사죄하라.
셋째, 정부는 폭력 진압의 지휘 책임자인 경찰청장 어청수를 즉시 파면하고 철저히 수사하라.
넷째, 정부는 5월 25일 이래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가해진 모든 폭력의 가해자를 철저히 색출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이들을 전원 수사하라.
다섯째, 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 행해져야 할 모든 구제를 신속히 실시하라.
이상의 사항 중 단 한 가지라도 이행되지 않고 이 시각 이후 집회 현장에서 시민에 대한 단 한 건의 불법적인 국가폭력이라도 발생할 경우, 우리는 법학도로서의 양심에 따라 결연히 떨쳐 일어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를 망각한 국가공권력이 국가폭력으로 변질되어 자행하는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나설 것임을 엄숙히 천명한다.
2008. 6. 3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생 40인 일동
박성은, 배석준, 변준석, 송순섭, 송진경, 양승엽, 이석민, 허준석 외 32인
헌법과 법률은 안중에도 없는 무법(無法) 경찰에 의한 국가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새벽부터 비폭력ㆍ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에게 일주일이 넘게 가해져온 폭력은 날로 광포(狂暴)해져 근거리에서 직사된 살수차의 물대포를 정통으로 맞은 36세의 시민이 실명 위기에 놓이고 21세의 서울대 음대 학생이 전투경찰의 군홧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가 하면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KBS 기자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구타당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들에게 가해진, 1980년 광주를 방불케하는 무자비한 폭력은 기자들에 의해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사진, 그리고 피해자의 증언으로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실임이 밝혀졌다. 우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생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공권력이 철저히 평화적으로 행하여지는 시위를 위헌소지가 다분한 현행 집시법을 근거로 ‘불법’이라 규정하고, 이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적법한 사용범위를 넘어 명백한 국가폭력으로 치닫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코앞의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하고 소화기 가루를 얼굴에 뿌리는가 하면 방패로 머리며 등허리를 찍어 위중한 상해를 입히고 진압봉과 발길질로 시민을 구타하고 있는 현 정부는 지금까지 수집된 수백 건의 폭력 사용에 대해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들 행위가 오히려 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임은 명명백백하다. 국가에 무력이 부여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고 그러한 무력을 사용할 때에는 항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함은 법률가가 아니라도 다 아는 상식이다. 이 상식은 ‘상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현재 경찰이 시민에게 휘두르고 있는 진압봉과 방패에 대해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은 “경찰관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ㆍ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0조의2 제1항), 대통령령인 ‘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이하 ‘경찰장비규정’)은 경찰관이 경찰봉을 사용할 때에는 “인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최소화하도록 주의”하여야 하고(제7조) 불법집회ㆍ시위시에 사용할 때에도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할 것을 규정(제6조)하고 있다. 경찰의 거듭된 폭력 사용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비폭력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방패와 진압봉을 멋대로 휘두르는 최근의 행태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를 일탈한 것이고 ‘최소한의 범위’ 또한 넘어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지금 ‘방어’ 목적을 넘어 시민들을 찍어 누르는 데에 사용되고 있는, 아스팔트에 날카롭게 갈린 방패는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경직법 제10조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시민들을 진압하는 행위는 “가장자리로 상대의 머리 등 중요부위를 찍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한 경찰장비관리규칙 제82조 제5항 제1호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채 2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직사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듯이 발사하고 있는 ‘물대포’ 역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경찰장비규정 제13조 제1항은 살수차를 “부득이한 경우”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 역시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하여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된다”(동 규칙 제82조 제5항 제7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물대포운용지침’이라는 경찰청장 지침이 물포를 직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세계일보> 2008년 6월 3일자)하고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경찰이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지침이 외부에도 공식 공개된 훈령에 우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상을 검토할 때, 근일에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일체의 폭력행위는 평화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언필칭 '불법' 집회를 해산하기 위한 명목이라고는 하나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다. 설령 일련의 폭력행위들이 시위의 강경 진압을 명하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판결(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2358 판결)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라는 등과 같이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ㆍ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시위 진압 폭력행위는 명령에 의한 것이라도 위법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라는 금언을 신조로 여기며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법학을 공부하는 양심있는 지성인으로서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정부는 시민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체의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
둘째, 정부는 5월 25일 이래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가해진 모든 국가폭력에 대해 사죄하라.
셋째, 정부는 폭력 진압의 지휘 책임자인 경찰청장 어청수를 즉시 파면하고 철저히 수사하라.
넷째, 정부는 5월 25일 이래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가해진 모든 폭력의 가해자를 철저히 색출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이들을 전원 수사하라.
다섯째, 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 행해져야 할 모든 구제를 신속히 실시하라.
이상의 사항 중 단 한 가지라도 이행되지 않고 이 시각 이후 집회 현장에서 시민에 대한 단 한 건의 불법적인 국가폭력이라도 발생할 경우, 우리는 법학도로서의 양심에 따라 결연히 떨쳐 일어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를 망각한 국가공권력이 국가폭력으로 변질되어 자행하는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나설 것임을 엄숙히 천명한다.
2008. 6. 3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생 40인 일동
박성은, 배석준, 변준석, 송순섭, 송진경, 양승엽, 이석민, 허준석 외 3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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