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그렇군!

[펌] 태안 봉사작업 가시는 분들 보세요.

by 고창달맞이꽃 2007. 12. 17.
728x90
오전 - 천 명도 넘는, 오천 명도 넘는

일찍 눈을 떠 자원봉사센터 앞에 가 기다렸다. 어제 상황실에 계신 분 말씀이 아직까지는 방제 봉사 작업이 체계없이 우왕자왕 이뤄졌는데, 오늘부터는 어느 정도 짜임있게 인솔자도 두고 사람들을 필요한 곳으로 배치해 일을 하게 될 거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만리포에서는 천 명으로 끊고 그 밖의 사람들은 손이 모자란 곳으로 가서 할 수 있게 한다는 둥, 일반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험한 곳은 군이나 경이 들어가고 봉사자들은 팀을 짜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며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 되지는 않았다. (그 계획대로 그나마 한 가지 된 거라면 만리포로 모여든 오천의 사람들을 천 명만 그곳에서 일을 하게 하고 다른 지역으로 안내한 것 정도.)  

배치며 인솔, 도구 지급들을 기다리며 오전 아홉 시까지는 센터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인솔이라는 건 없었다. 방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센터에 이름을 올린 사람 수에 맞춰 도구 지급을 한 정도였고, 실제로 바닷가에 내려가서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모래벌 위를 덮고 있는 기름막을 어떻게 걷어내야 하는지, 그에 대해 일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공무원들은 정신 없이 바빠 보였고, 그래서 안타까웠고, 또한 답답했다.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쨌든 기름을 걷어낸다고 저마다 삽이며 쓰레받이, 바가지 따위를 가지고 모래에 엉긴 기름을 떴다. 양동이에 채우고, 커다란 고무통으로 쏟아 붓고……. 하지만 이건 삽과 쓰레받이, 바가지 따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초반에 보던 것처럼 기름 덩어리는 바가지로 퍼내고 삽으로 담을 수 있는 상태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얇게 덮혀 있는 기름막들. 하지만 어쩔 줄을 몰라 삽과 쓰레받이로 얇게 걷어내며 양동이로 퍼 담는데, 양동이에 쌓이는 것은 기름보다 모래가 더 많았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서로들 누구 아는 이 없는지 묻곤 했지만 누구도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 방송이 나왔다. 모래는 퍼담지 마세요, 기름만 걷어내세요……. 하지만 그 방송을 듣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신경을 써서 삽을 얇게 뜨는 것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계속해서 버스로 밀려드는 사람들은 대충 보면서 따라할 수 밖에 없었고,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라 해도 삽질을 하다보면 여전히 어느 정도라는 기준이 흐려져 또다시 모래 째 삽을 뜨는 모습이었다. 다시 방송이 나왔고, 몇 사람이 다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삽이나 쓰레받이, 바가지를 쓰지 말라고. 장갑 낀 손으로 기름만 살짝 걷어내라고. 이렇게 얇게 덮고 있는 기름막은 삽이나 바가지가 아니라 흡착포로 빨아들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모자라니 손으로 떠 담으시라고. 지금 상태로는 모래가 삼분의 이를 넘어 기름차로 닮을 수도 없다고……. 그 때부터는 손으로 떠 담았다. 흡착포를 받은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마치 걸레질을 하듯 모래벌 위를 훔치거나 찍어댔고, 그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은 손으로 지금을 떴다. 다들 이래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면서도 그것 밖에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손바닥으로 기름을 걷었다.


반응형

댓글